힘든 여행을 덜 힘들게 해주는 글로벌 엔트리

10년 넘게 유학(과 이민) 생활을 하면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태평양 건너기는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올 수 있었겠지만 그건 옵션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비상구 자리를 구해서 다리라도 편하게 뻗고 오는 게 최고. 여기에 최근에 신청한 글로벌 엔트리는 힘든 여행 중 그나마 피곤한 요소 중 하나인 미국 입국 심사대를 간단한 절차로 바꿔줬다.

글로벌 엔트리를 신청한 이유

처음 글로벌 엔트리에 대해 들었을 때 이걸 하는 게 좋을까 조금 고민했었다. 신청 후 승인이 되면 $100 수수료에 5녕동안 입국심사에서 패스트 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여행을 나가고 들어오는지에 따라 값어치는 달라질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1. 최근엔 1년에 한 반정도 한국에 방문했었다. 앞으로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부모님도 계시기 때문에 해외로 나갈 확률은 여전히 좀 있었다.
  2. 글로벌 엔트리를 승인받으면 TSA Pre도 같이 주는데 미국 내를 여행다닐 일이 조금 더 있는 편이라 매리트가 있었다. 단순히 신발과 벨트를 벗을 필요가 없고 랩탑이나 아이패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TSA Pre 줄은 기본 검사 줄보다 훨씬 짧다.
  3. 슬픈 현실이지만 최근 미국 정부의 이민법에 대한 강한 움직임 때문에 나같은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조금 있었다. 최근은 모르겠지만 이는 여전히 무서운 무제고 이 때문에 해외 출국을 꺼리는 분위기다. 나는 이번에 나가면서 다시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모험을 강행한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글로벌 엔트리를 가지고 있으면 검사대에서 사람이 아닌 기계를 이용해서 통과할테니 불안요소가 그나마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 것도 있었다.

참고로 글로벌 엔트리는 미국 시민, 영주권자, 그리고 추가로 승인된 국가의 여행객들이 신청할 수 있고 여기에 대한민국도 포함되어있다.

길고 복잡한 절차 뒤 찾아온 광명

글로벌 엔트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한 후 접속한 웹사이트는 미국 정부 스타일대로였다. 구식이고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물어본다. 뭐 미국 국경을 들어오는절차이니 이해가 안 되진 않았다만 최근 5년동안 살았던 주소와 직장 등 정말 많은 정보를 기입해야 했다. 이 부분에만 시간을 꽤 많이 투자해야 했다. 입력이 끝나니 다음 절차인 인터뷰까지 한 일 주일 조금 넘게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인터뷰가 더 힘들었는데 막상 인터뷰 날짜를 잡으라는 메일을 받고 잡으려고 보니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공항은 인터뷰 날짜가 10월 전에는 자리가 없었다(신청한 당시 4월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지역의 공항을 검색하니 공항의 크기에 따라 인터뷰 날짜가 다 달랐다. 나는 다행히 5월 초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시애틀 공항에 자리가 생겨 왕복 6시간 운전을 하고 시애틀 공항에 가서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왔었다. 인터뷰 질문은 나에 대한 상세한 정보에 대해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고 금방 끝났다.

인터뷰가 끝나면 집 주소로 글로벌 엔트리 카드가 배송되고 “Known Traveler Number”라는 걸 받게된다. 여행 사이트를 통해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때 이 번호를 넣으면 TSA Pre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 처음으로 TSA Pre를 처음 사용해봤는데 줄이 훨씬 짧고 그냥 주머니만 비운 뒤 가방만 올려놓으면 되서 무천 간단했다. 공항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통과했던 Portland International Airport같은 경우는 약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여행이 끝난 후 돌아오는 길이 가장 좋았는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중간에 경유를 하게 되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내리면 당연히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줄이 세 개가 있다. 하나는 내국인(영주권자 포함), 외국인, 그리고 글로벌 엔트리 줄이 따로 있었다. 나는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그동안 내국인 줄을 섰었고 외국인 줄보다 보통은 훨씬 짧고 검사도 더 짧게 걸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글로벌 엔트리를 겪어보니 내국인 줄도 오래 걸리는 거였다.

무엇보다 글로벌 엔트리를 소비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않기 때문에 내가 도착했을 땐 키오스크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냥 바로 기계에 가서 절차를 시도했다. 처음엔 한국 여권을 넣었는데 영주권자는 그린카드를 넣으라는 안내문이 떴다. 그래서 여권 스캔하는 곳에 내 그린카드를 넣었는데 인식이 되질않아 근처에 있던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그린카드가 인식 된 다음엔 내가 가지고 온 물건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나가는 길에 직원에서 영수증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 중간에 짐을 찾고 세관을 통과할 때 세관 문서와 영수증을 같이 주는 것으로 입국 절차는 끝났다. 내가 인식 문제 때문에 고생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출국 심사에 걸린 시간은 5분정도. 신세계였다.

미국에 자주 온다면 강추할 수밖에 없는 혜택

아직도 내가 유학생인 신분일 때 길고 긴 외국인 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어려운 질문을 받아야 했던 때가 기억난다. 절대로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5년이라는 기간과 $100 수수료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한 번 올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못하겠지만 나처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여행 중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인터뷰 때문에 막힐 수 있는데(인터뷰는 미국 내 공항에서만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가보니 1차 서류가 통과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도착하자마자 입국 심사대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여행할 때 TSA Pre 혜택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아름답다. 최근 짐 검사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TSA Pre는 여전히 간소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 이용자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참고로 TSA Pre만 따로 받을 수도 있는데 5년 기간에 $85다. 이왕이면 $15 더 쓰고 글로벌 엔트리를 받도록 하자.

깔끔함과 확장성을 위해 돈을 포기하게 만든 Elgato Thunderbolt 3 Dock

20170816-_DSC9702이사를 끝냈다. 미국 대륙 횡단을 끝내고 이삿짐이 아직 다 도착하지 않은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컴퓨터 셋업을 먼저 진행한다. 새로운 장소엔 이미 미리 주문해둔 모니터가 도착해있고 USB 허브와 외장 하드 등 다양한 악세사리는 내가 들고 왔다. 여기에 새로운 악세사리 하나가 추가되었는데 바로 Elgato의 Thunderbolt 3 Dock이다.

맥북프로 레티나 터치바 모델을 구매하고 한동안 계속 썬더볼트 3 악세사리를 찾아봤었다. 이 단자 하나로 충전과 데이터 전송, 모니터 연결까지 다 가능한, 아주 꿈에서나 나올 기술이다. 하지만 많은 악세사리 제조사들은 썬더볼트 3 또는 USB-C 탑재를 주저하고 있고 이렇다 보니 기존의 다양한 단자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이 단자들을 연결하기 위해 동글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이 많은 기기를 연결하기엔 맥북프로에 탑재된 4개의 썬더볼트 3 단자는 많이 부족하고 다 연결했을 때 보기도 흉하다.

난 이상적인 방향을 추구하기로 했다. 되도록 케이블 하나로 끝내고 나머지는 연결된 기기로 처리하는 그런 아름다운 깔끔함. 여기에선 옵션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썬더볼트 독, 두 번째는 썬더볼트 3 또는 USB-C 모니터다. 그리고 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15인치 맥북프로를 충전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85W 이상)
  2. 적당한 USB 단자와 Display Port 또는 HDMI 단자 지원
  3. 가능하다면 썬더볼트 3 데이지 체인
  4. 가능하다면 SD 카드 슬랏 탑재

이 조건들을 따지면 모니터는 탈락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니터 중 더럽게 비싼 울트라파인 5K를 제외하면 맥북프로 15인치를 제 속도로 충전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기는 없다. 60W로도 충전하고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 등 조금이라도 하드웨어를 사용하게 된다면 충전 중인데 배터리가 닳는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될 것이다. 그럼 남은 옵션은 썬더볼트 3 독만 남게 되는데 이들 중에는 그나마 선택권이 조금 있는 편이다. 나는 그중 하나인 Elgato 제품을 구매했다.

선 하나의 깔끔함

 20170816-_DSC9701Elgato를 선택한 이유는 네 4개의 조항 중 세 개를 만족하기 때문이다. SD 카드는 지원하지 않지만 케이블 하나로 맥북프로를 충전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며 모니터(최대 4K 60Hz)도 연결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제품으로 벨킨 제품도 있으나 하드웨어는 같은데 $50 더 비싸다. 가격으로 굳이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어서 패스.

현재 독에는 썬더볼트 데이지 체인을 이용해서 외장 하드 두 개, USB 허브를 하나 더 연결해서 이를 통해 외장 하드를 세 개 더 연결했다. 여기에 4K 모니터를 디스플레이포트로 연결해 따로 사용하는 라이트닝 케이블을 제외한다면 맥북에 연결하는 케이블은 썬더볼트 3 케이블 하나로 정리했다. 이 케이블은 제품을 구매하면 같이 동봉되어 있는데 무척 짧아서 독을 컴퓨터와 매우 가깝게 위치해야 한다. 여기에 조만간 배송될 이더넷 케이블이 도착하면 유선 인터넷도 연결할 예정이다. 독 하나로 모니터와 여러 외장 하드 연결, 그리고 충전까지 하나로 해결되는 셈이다.

 Screen Shot 2017-08-15 at 3.11.53 PM여기에 추가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독에 연결된 모드 외장 하드를 한 번에 꺼낼 수 있고 High-Power USB 지원으로 다른 기기를 더욱 빠르게 충전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기능은 벨킨 제품에 없어서 오히려 $50 더 저렴하게 하드웨어는 같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우세한 제품을 구매한 셈.

확장성과 비싼 가격

 20170816-_DSC9703이런 종류의 독 제품은 USB-C와 Thunderbolt 3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는 몇 안 되는 소비자 제품이다. 나같이 랩탑을 메인 컴퓨터로 사용하고 밖에 가끔 가지고 나간다면 들어올 때마다 연결하려고 들어올려야 하는 케이블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간편한지 모른다. 거기에 어차피 태생적 한계 때문에 현재는 동글을 사야 했기에 케이블 하나로 여러 단자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그나마 저렴하다고 구매한 이 제품도 미국 아마존에서 $299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만 원 중반대인데 단순히 컴퓨터 단자를 확장하는 용도로 소비하기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추가 충전기 구매가 약 118불, USB-C to DisplayPort 케이블이 약 20불, 썬더볼트 어댑터 등 여러 동글 가격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독 가격이랑 비슷해지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수많은 동글을 다 맥북프로에 연결하지 못한다. 이런저런 케이블과 동글을 주렁주렁 달고 사용하는 것보다 돈을 더 주고 독을 사서 깔끔하게 관리하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고 내가 결정한 투자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한 제품이다. 만약 추구하는 방향이 같다면 이 제품을 사면 된다.

iPad Pro 10.5: 타블렛과 컴퓨터 그사이

약 2년 전인 2015년 11월 iPad Pro라는 새로운, 그리고 좀 더 Productivity에 집중된 아이패드가 출시되었다. 12.9인치 액정과 4개의 스테레오 스피커, 스마트 커넥터 탑재, 애플 펜슬 등 아이패드는 ‘컨텐츠 소비용’이라는 시장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애플의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다. 그 후 작년엔 9.7인치 모델이 나오면서 프로 라인이 (아주 살짝) 다양해졌고 나는 출시일 당일부터 아이패드 프로 12.9를 사용해왔다. 내가 이 기기를 구매한 이유는 단순했는데 그 당시 아이폰 6s 플러스 모델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 기기로 글을 쓰는 건 몹시 짜증 나는 일이었고 유일한 컴퓨터였던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 모델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항상 가지고 다니기엔 제약이 컸다. 그 사이를 메꾸고 거기에 디자인 작업까지 겸하기엔 (그때 생각했을 땐) 아이패드 프로만큼 완벽한 기기는 없었다. 2년 가까이 사용하면서 내 초기 목적과 실제 사용 용도와 빈도를 생각하자면 반은 맞았다. 디자인 일을 가끔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패드 프로는 완벽한 스케치용 도구가 되어주었고 브레인스토밍이나 간단한 프로토타이핑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이 구매했던 스마트 키보드는 편안하다고 할 수 없었고 한/영 언어 전환은 불편했으며 스마트 키보드와 실리콘 케이스가 합쳐진 아이패드 프로 12.9는 크고 무겁고 두꺼웠다. 가볍게 가지고 다니기엔 많이 무리가 있었다.

_DSC9406.jpg아이패드 프로 10.5가 출시되었을 땐 다른 많은 변경 사항을 제치고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역시 크기였다. 아이패드 9.7인치 모델보다 조금 더 크지만 베젤을 줄이고 액정을 키워서 10.5인치로 늘려버렸다.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는 크기와 무게 때문에 가지고 다닐 때 제약이 있었는데 이 제품이라면 액정 크기가 줄어들겠지만 사이즈와 무게가 줄어드니 오히려 활용도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결국은 아이패드 프로 12.9를 처분하고 아이패드 프로 10.5를 구매했다.

최고의 타블렛

_DSC9413.jpg아이패드는 첫 출시 때부터 타블렛의 레퍼런스였다. 아이패드 에어가 출시했을 때는 얇고 가벼워진 무게에 다시 한번 경악했고 아이패드 프로가 처음 선보였을 때는 잡스가 그렇게 혐오하던 스타일러스가 들어가고 스마트 커넥터와 더 커진 사이즈 옵션을 보면서 애플이 정말 때려 박을 수 있는 건 다 넣었다는 인상을 줬다. 그러므로 연장선인 아이패드 프로 10.5 또한 훌륭할 수밖에. 기존에 썼던 12.9인치 모델보다 작아졌는데 액정은 최대한으로 키우면서 휴대성과 활용도가 커졌다. 디자인은 여전히 얇고 (성인 남자가 들기에) 적당한 무게다. 다만 베젤이 너무 얇아져서 세로로 들었을 때 화면 간섭 문제는 가끔 일어나는 건 조금 불편하다.

_DSC9434.jpg이미 기존 아이패드 프로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더 놀랄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ProMotion이 그걸 해냈다. 이 기능은 이번에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10.5, 12.9)에 탑재된 기능으로 기존 기기들 디스플레이 재생률이 60Hz에 고정되었다면 이 기능을 통해 상황에 맞춰 최대 120Hz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로 인해 기본적인 작동할 때의 효과나 애플 펜슬을 쓸 때 좀 더 빠른 재생률로 더욱 빠릿하고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는데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하다가 내 옆의 iPhone 7 Plus를 사용하면 분명히 빠른 기기인데 느리게 느껴진다. 이 기능은 단순히 특정 컨텐츠를 더욱 생생하게 연출 할 뿐만 아니라 동영상 같은 재생률이 빠를 필요가 없는 상황일 때는 그 세팅에 맞춰 배터리를 절약하는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애플 펜슬

_DSC9442.jpg이번에 새로운 아이패드의 ProMotion이 발표되면서 애플이 가장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던 부분은 애플 펜슬의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애플 펜슬 하드웨어 자체는 전혀 변하지 않고 단순히 디스플레이 기술만으로 이루어냈는데 느낌상으로 비교했을 때 1세대 아이패드 프로보다 조금 더 빨라진 것 같긴 하지만 기존에도 충분히 빨랐기 때문에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닌 단순한 브레인스토밍이나 프로토타이핑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전문적으로 그리는 분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스마트 키보드

_DSC9533.jpg아이패드 프로 12.9를 판매하면서 같이 사용하던 스마트 키보드도 같이 팔았었는데 10.5인치 제품을 구매하면서 다시 이 악세사리를 구입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기존 아이패드는 너무 크고 무거웠으며 두꺼웠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스마트 키보드 때문이었고 키감도 좋지 않은데 아이패드에서의 문서 입력 환경이 그다지 좋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글을 쓰기도 하고 아이패드 프로를 거치할 방법이 필요했기에 없어선 안 될 것 같아 결국 다시 주문하고 사용하고 있다.

짧게 이야기 하자만 전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이는 하드웨어가 좋아졌다기보단 소프트웨어 변화에서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금 아이패드 프로 10.5에 iOS 11을 올려 사용하고 있다. 기존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하면 언어를 변경 할 방법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다국어 키, 또 다른 하나는 Control + Space 단축키였다. 예전에 소프트웨어 문제로 언어 전환 키를 누르고 바로 입력을 시작하면 언어가 바로 바뀌지 않고 다시 되돌아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피하려면 키를 누르고 언어 변경 창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흐름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스트레스로 아이패드에선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이 문제는 현재 iOS 10에서도 없어졌다고. 그 외에 키감은 전보다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지만 큰 변화는 아니다. 여전히 납작하고 12.9인치 키보드에 비하면 당연하게 키가 조금씩 작아졌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여전히 키보드 백릿이 없다는 건 큰 단점 중 하나다. 하지만 별도로 블루투스 키보드와 거치대를 가지고 다니기 귀찮다면 이 악세사리는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할 것 같다.

아이패드 프로 가죽 파우치

_DSC9516.jpg아이패드 프로 10.5를 출시하면서 애플의 새로운 악세사리 몇 가지도 같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아이패드 프로 가죽 파우치다. 나는 토프 색상을 선택했는데 지금까지 구매한 애플 가죽 악세사리 중 가장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파우치는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애플 펜슬 수납공간도 있어 두 제품을 같이 가지고 다닐 수 있어 편하다(이와 함께 애플 펜슬만 수납할 수 있는 파우치를 따로 판매하고 있다). 파우치에 스마트 키보드를 붙인 아이패드를 수납할 수는 있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가죽이 분명히 늘어날 것 같아 추천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 키보드는 따로 옆에 붙여서 들고 다니는 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키보드 수납 문제만 제외한다면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만 필요한 디자이너들에겐 이 악세사리는 (비싸지만)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컴퓨터로서의 아이패드 프로

WWDC ‘17에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발표된 iOS 11은 아이패드를 위한 업데이트다. 하지만 현재 개발자 베타와 퍼블릭 베타를 진행 중이라 가을 정식 출시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 상태. iOS 11과 iPad Pro 10.5에 대한 글은 따로 정리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iOS 11과 함께 공개된 아이패드 프로 10.5를 iOS 10 기준으로 다루고 싶진 않으니 간략하게 적어본다.

_DSC9437.jpg내가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했던 이유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15인치 맥북프로가 너무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워드프로세싱이나 웹서핑, 등은 아이패드에서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iOS 10은 이런 간단한 작업을 수행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iOS 11은 많이 나아졌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멀티태스킹은 눈이 부실 정도로 좋아졌지만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다. OS X 방식으로 변한 Dock은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확실히 증가시켜준다. 내가 좀 더 자주 사용하는 앱을 바로 실행하고 멀티태스킹(Split View 등)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그리고 Files 앱으로 iCloud Drive 액세스뿐만 아니라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Finder나 파일 탐색기를 쓰는 것처럼 쉽게 액세스할 수 있고 작업할 수 있게 되어 오랜 iOS 유저의 불만을 해소해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드래그 앤 드랍은 멀티태스킹 중일 때 작업 속도와 편의성을 훨씬 빠르게 올려줄 수 있다.

_DSC9439.jpgiOS 11에선 아이패드에서 하던 작업을 몇 단계 이상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바로 넘어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특정 작업을 하면서 랩탑 없이, 큰 불편함 없이 아이패드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iOS 11이 발표됨과 동시에 새로운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는 앱들도 많이 기대되는데 WWDC에서 시연한 Affinity Photo로 아이패드만으로 내가 원하는 사진 편집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기에서 하고 싶은 작업과 그에 맞는 앱을 사용한다면 기본적인 사용성 문제로 컴퓨터로 돌아가는 경우는 줄어들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판매 중인 어느 랩탑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성능에 소프트웨어 때문에 컴퓨터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건 아주 안타깝다.

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_DSC9433.jpg아이패드 프로는 이미 매우 빨랐고 훌륭했다. 그 제품에 새로운 하드웨어와 기능을 넣고 출시했으니 아이패드 프로 10.5 하드웨어에 대한 뭐라 불만이 있을 리가. 악세사리마저도 너무 좋다. 애플 펜슬은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정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가죽 파우치는 슬림함은 유지하면서 두 기기를 동시에 가지고 다닐 수 있어 너무 편하다. 다만 스마트 키보드는 장단점이 공존하는 지라 제외.

_DSC9503.jpg아쉬움은 소프트웨어 몫이다. 기본적인 타블렛으로서는 충분히 좋지만 벤치마크 돌리면 다른 맥북보다도 성능이 좋게 나온다. 지금까지 애플의 소프트웨어 제약 때문에 컴퓨터처럼 활용하지 못했다면 iOS 11은 훨씬 더 유연하고 익숙한 방법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노력을 해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변하지 않을 것이고 어느 컴퓨터보다 빠른 이 기기를 다른 컴퓨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날까지 이 불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Spectacles의 재미, 기발함, 그리고 귀찮음

_DSC9314.jpgSnapchat을 소유하고 있는 Snap이 처음으로 만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하드웨어 회사로 전환하게 된 시점. 미국에서는 10대들에게 아직도 큰 사랑을 받고있는 서비스의 연장선. Spectacles에 대해 해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는 이 제품을 구입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동영상을 찍고 싶은데 내 머리에 GoPro는 달고 싶지않다. 너무 거추장스럽고 너무 눈에 띈다. 간단한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보니 이것 만큼 좋은 게 없겠더라.  

_DSC9317.jpg제품은 단순하다. 추가 배터리가 들어있는 케이스, Spectacles, Snapchat 로고를 담은 안경 천, 그리고 충전을 위한 USB 케이블이 동봉되어있다. 케이블을 통해 안경을 직접적으로 충전할 수 있지만 케이스에 자석으로 만들어진 접점이 있어 거치를 시킨 후 케이스를 케이블에 연결해 기기와 케이스를 동시에 충전하는 게 더 간편하다. 케이스에서 선글라스를 꺼내면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잔량이 앞 LED를 통해 보여진다. 

_DSC9316.jpg작동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지만 초기 셋업은 간단하다고 할 순 없다. 우선 이 선글라스를 통해 비디오를 찍으려면 무조건 Snapchat 앱을 사용해야 한다. 로그인 후 카메라 롤 쪽으로 가면 Spectacles만을 위한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페어링을 거쳐야 한다. 첫 페어링을 거치면 그 후부턴 선글라스 상단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10초 동영상이 촬영된다. 10초 중간에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20초 동영상이 찍히는데 10초 동영상이 두 개 생성된다. 그리고 찍는 동안은 외부 LED로 찍고 있다는 표시가 뜨고 선글라스 안쪽에 위치한 조그만 LED로 내가 촬영 중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_DSC9344.jpg작년 9월에 발표한 이 제품은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가장 독특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기이자 패션 아이템이다. 같은 디자인에 세 가지 색을 판매하는데 주관적으로 볼 때 여성에게 더욱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디자인 자체가 이쁜 것도 아니다. 그냥 쓰고 다닐 수 있는 수준. 재질도 고급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써보면 저렴한 플라스틱 느낌을 팍팍 느낄 수 있다. 동영상 화질도 뛰어나지 않다. 그냥 보고 즐길 수 있는 수준. 이걸로 개인 소장 이상을 꿈꾸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화질의 동영상을 버튼 하나로 1인칭 시점의 재미있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광각 렌즈가 탑재돼 착용한 사람의 시점으로 담을 수 있고 버튼을 누른 뒤 10초 동안 누르고 있을 필요가 없어 두 손이 자유롭다. 

여기에 스냅챗 앱 안에서 동영상이 공유되면 스마트폰을 회전시키며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깜찍한 기능이 들어있다. 실제로 경험해본 주변 친구들은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다. 평범한 동영상에 비하면 색다른 시점과 재미있는 감상 방법이 10대 스냅챗 유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이 기기를 사용하려면 무조건 스냅챗을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10대라면 스냅챗을 (대체적으로)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단점이 아닐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Instagram의 Stories 기능 베낀 거 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동영상을 추출하려면 스냅챗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스냅챗 안에서도 그리 간단하지 않기에 매번 번거로운 절차를 통해 공유를 해야한다. 그리고 촬영 후 블루투스를 통해 동영상 파일이 먼저 스냅챗에 저장되는데 그 동영상은 화질이 너무 않 좋아서 나중에 Wi-Fi를 통해 고화질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환경설정에서 Spectacles Wi-Fi를 연결해 Wi-Fi Direct 기능을 사용해 전송해야 하는데 이 또한 장난 아니게 번거롭다. 동영상 촬영 길이는 변경할 수 없고 블루투스 연결은 종종 끊어져 수시로 다시 연결해줘야한다.

_DSC9351.jpg이 문제들을 제치고 가장 큰 문제는 스냅챗의 재미가 인스타그램에 다 흡수되어 더이상 스냅챗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Spectacles는 스냅챗 생태계를 연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인데 서비스 자체의 매력이 떨어짐으로서 기기를 사용하면서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130에 이정도로 재미있는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기는 아마 없을 것이다. 머리에 스포츠 카메라를 달고싶진 않고 일상 생활 도중 재미있는 순간을 담기엔 이 제품만큼 매력적일 수 없다. 하지만 하드웨어 보다 더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매력을 잃어가는 이 시점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동영상 뽑는 용도로 이 앱을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